교실에서 하루를 보내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선생님 왜요?", "왜 이렇게 하는 거예요?", "왜 저는 안 돼요?"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왜라는 질문만 듣는 것 같을 때도 있습니다. 처음 교사를 시작했을 때는 아이들이 질문이 참 많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과 지내다 보니 그 질문들은 답을 듣기 위해서만 하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은 궁금한 것을 묻고 또 이야기하면서 자기만의 답을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시키는 대로 하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는 이유를 묻기 시작하고 친구와 놀이를 하다가도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부모님들께서도 집에서 갑자기 질문이 많아졌어요 왜라는 말을 하루 종일 해요 하고 이야기하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교실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면 그런 변화는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만 5세 아이에게 질문이 많아지고 스스로 해 보려는 모습이 나타나는 이유를 교실에서 직접 경험한 사례와 함께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질문이 많아진 것은 아이가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5세 반을 맡고 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선생님 이건 왜 이렇게 하는 거예요?", "왜 저는 먼저 못 해요?", "왜 친구는 되고 저는 안 돼요?" 등 처음에는 같은 질문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듣다 보니 웃음이 나올 때도 있었습니다. 방금 설명했는데 또 물어보네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을 계속 지켜보다 보니 질문의 내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이거 뭐예요?처럼 단순한 질문이 많았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는 왜 그렇게 했어요?" 그러면 "다른 방법도 있어요?"처럼 자기 생각을 담은 질문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은 아이스크림 가게 놀이를 하던 날이었습니다. 한 아이가 계산대를 보더니 "선생님 카드가 없으면 어떻게 계산해요?" 하고 물었습니다. 다른 아이는 "그러면 휴대폰으로도 할 수 있잖아" 하며 이야기를 이어 갔습니다. 처음에는 놀이와 관계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 질문 하나를 시작으로 계산 방법을 하나씩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결국 카드도 만들고 휴대전화 결제 놀이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날은 질문 하나 때문에 놀이가 더 길어졌습니다. 카드도 만들고 휴대전화도 만들면서 아이들끼리 새로운 놀이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이들이 왜를 여러 번 물어도 급하게 답부터 알려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질문 속에는 새로운 생각을 시작하려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해 보겠다는 말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있습니다. "선생님 제가 해 볼게요." 예전에는 어려운 일이 생기면 바로 도와 달라고 하던 아이들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은 미술 활동을 하던 날이었습니다. 색종이를 접는 과정이 조금 어려웠는지 한 아이가 한참 동안 손을 멈추고 있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저를 부르며 해 달라고 했을 아이였습니다. 저도 다가가려던 순간 아이가 혼잣말처럼 "한 번 더 해 볼게" 하고 다시 색종이를 접기 시작했습니다. 모양이 조금 삐뚤어지기는 했지만 끝까지 스스로 완성했습니다. 완성한 작품을 들고 환하게 웃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또 한 번은 줄넘기 연습을 하던 날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몇 번 넘지 못하고 금방 포기하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친구들이 하나씩 성공하는 모습을 보더니 저를 보며 "오늘은 스무 번까지 해 볼 거예요" 하고 이야기했습니다. 결국 목표한 횟수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전보다 훨씬 오래 연습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는 그날 결과보다 아이가 먼저 해 보겠다고 말한 것이 더 반가웠습니다. 그런 날이 한 번 생기면 다음에는 먼저 해보겠다고 이야기하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이가 바로 도움을 요청하더라도 먼저 해 볼 수 있도록 조금만 기다려 주려고 합니다. 생각보다 아이들은 스스로 해낼 수 있는 힘을 이미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어린이집에서는 혼자 하는데 집에서는 도움을 찾는 이유
상담을 하다 보면 부모님들께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집에서는 자꾸 해 달라고 하는데 어린이집에서는 정말 혼자 하나요?", "왜 어린이집에서는 잘하는데 집에서는 안 하려고 할까요?" 그럴 때마다 저는 교실에서 있었던 일을 하나씩 이야기해 드립니다.
한 아이는 처음에는 가방 정리도 꼭 저를 불렀습니다. "선생님 이거 어떻게 넣어요?", "물통은 어디에 둬요?" 매일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는 제게 묻지 않고 혼자 가방을 정리한 뒤 친구에게 물통은 여기 두는 거야 하고 알려 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별한 방법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아이 스스로 익숙해진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께도 집에서 너무 서둘러 도와주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발을 신는 일도 옷을 정리하는 일도 처음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그래도 아이에게 한 번 더 해 볼 기회를 주면 생각보다 스스로 해내는 날이 빨리 찾아오곤 했습니다. 물론 매번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날은 금방 해내고 어떤 날은 다시 도와 달라고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아이들은 조금씩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 갔습니다.
얼마 전에도 하원 준비를 하던 한 아이가 스스로 가방을 챙긴 뒤 저를 보며 말했습니다. "선생님 오늘은 혼자 다 했어요." 그 말을 듣는데 저도 모르게 정말 잘했네 하고 웃으며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도 뿌듯한 표정으로 가방을 메고 교실을 나섰습니다.
아이의 질문과 시도를 이어 주기 위해 기다렸습니다
아이들이 "왜요?"라고 물을 때마다 바로 답을 알려 주기보다 "너는 왜 그런 것 같아?"라고 다시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처음에는 모른다고 말하던 아이도 잠시 기다려 주면 자신이 생각한 이유를 하나씩 이야기했습니다. 정답과 다르더라도 그 생각에서 새로운 놀이가 시작되기도 했습니다.
스스로 하겠다고 나선 일도 결과만 보고 판단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색종이가 삐뚤게 접히거나 줄넘기 목표를 채우지 못해도 아이가 어떤 방법을 다시 시도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어려운 부분을 모두 대신해 주기보다 시작할 수 있는 작은 도움만 주고 기다리자 끝까지 해 보려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졌습니다.
아이에게 질문이 많아지고 "내가 해 볼게요"라는 말이 늘어나는 변화는 서로 떨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궁금한 것을 말로 확인하고 자신이 생각한 방법을 직접 시도하면서 아이는 자기만의 답을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빨리 끝내거나 완벽한 결과를 만들어 주는 것보다 아이가 생각하고 시도할 시간을 충분히 남겨 주려고 합니다. 아이가 혼자 해냈다는 결과만큼 다시 해 보려고 했던 과정도 함께 바라보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스스로 시작하기를 어려워하는 아이에게 어떤 기다림이 필요했는지는 시작하기도 전에 못한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필요한 교사의 기다림에서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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