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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

만 5세가 되면 친구를 먼저 생각하기 시작할까요?

by infoguide-1 2026. 2. 19.

교실에서 아이들을 보다 보면 괜히 웃음이 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한 아이가 물을 마시러 다녀오다가 친구가 떨어뜨린 색연필을

말없이 주워 주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또 다른 날에는 역할놀이를 하던 아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친구 몫까지 장난감을 남겨 두기도 했습니다.

 

누가 하라고 이야기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먼저 가져가려던 아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친구를 한 번 더 돌아보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같은 날에도 장난감을 두고 다투기도 하고 먼저 하겠다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교실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면 분명 달라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만 5세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자주 보게 되는 배려 행동과

또래 관계의 변화를 실제 교실에서 있었던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만5세 배려 행동 발달과 또래 관계
만 5세가 되면 친구를 먼저 생각하기 시작할까요?

배려는 양보부터 시작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배려를 잘하는 아이는 친구에게 먼저 양보를

잘하는 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한 번은 블록 놀이를 하던 날이었습니다.

아이들이 함께 커다란 집을 만들고 있었는데

필요한 블록 하나가 남아 있었습니다.

 

두 아이가 동시에 그 블록을 잡으면서

잠시 실랑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자기가 먼저 쓰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제가 중간에서 순서를 정해 주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날은 조금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잠시 뒤 한 아이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내가 이거 쓰고 줄게.

그러자 다른 아이도 알겠어하며

옆에서 다른 블록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교실에서는 이런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먼저 하겠다고 다투던 아이가 잠시 뒤 친구를 기다려 주기도 하고

자기 것만 만들던 아이가 필요한 블록을 건네주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누가 시켜서 한 행동은 아니었습니다.

친구와 계속 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니 아이들이 먼저

방법을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다투었다는 사실보다 그 뒤에

어떻게 다시 함께 놀이를 이어갔는지를 더 오래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친구와 다투는 시간도 꼭 필요한 경험이었습니다.

교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가운데 하나가 있습니다.

선생님 얘가 안 빌려줘요.

선생님 제가 먼저 했어요.

 

처음에는 어린이집 다니기 시작한 부모님들은

아이가 친구와 다투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많이 걱정하십니다.

저도 초임 시절에는 다툼이 생기면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아이들과 지내다 보니 다툼이 생겼다고 해서 모두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한 번은 역할놀이를 하던 날이었습니다.

 

두 아이가 모두 가게 주인을 하고 싶다며 쉽게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목소리가 조금씩 커졌고 저를 바라보며

누가 먼저 해야 하는지 정해 달라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저는 바로 답을 이야기하지 않고

두 아이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잠시 뒤 한 아이가 먼저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면 오늘은 내가 하고 내일은 네가 하면 되잖아.

다른 아이도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 뒤 두 아이는 다시 역할을 나누며 놀이를 이어갔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제가 순서를 정해 주고 끝났을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방법을 찾은 뒤에는

같은 문제로 다시 다투는 일이 훨씬 줄었습니다.

 

그 뒤 두 아이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웃으며 놀이를 이어 갔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다투지 않는 것보다 다시 함께 노는 방법을

배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작은 갈등이 생겨도 바로 해결해 주기보다

아이들이 서로 이야기할 시간을 조금 더 기다려보려고 합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좋은 방법을

스스로 찾아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어느 순간 아이들이 먼저 친구를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교실에서 아이들을 보며 가장 뿌듯한 순간이 있습니다.

제가 움직이기 전에 아이들이 먼저 친구를 도와주는 모습을 볼 때입니다. 

처음에는 친구가 어려움을 겪으면 가장 먼저 저를 찾던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선생님 이거 안 돼요!

선생님 도와주세요~

 

이런 말이 먼저 들렸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은 만들기 활동을 하던 날이었습니다.

가위질이 서툴렀던 한 아이가 종이를 자르지 못해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제가 다가가기 전에 옆에 있던 친구가 먼저 종이를 잡아 주며

이렇게 하면 잘 잘린다고 이야기해 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도와주는 친구도 도움을 받는 친구도 모두 자연스러운 표정이었습니다.

 

또 다른 날에는 바깥놀이를 나가기 위해 줄을 서는데

신발을 늦게 신던 친구를 기다려 주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먼저 나가고 싶어 하던 아이였는데 그날은 짝꿍인 친구에게

괜찮아! 천천히 신어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습니다.

 

예전에는 자기 일부터 하던 아이들이었는데 어느 순간 친구를 먼저 살펴보는 모습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항상 배려하는 모습만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날은 작은 일로 다투기도 하고 자기 마음을 먼저 이야기하는 날도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아이들은 서로 어울리며 조금씩 배워 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아이들에게 배려를 말로 가르치려고 하기보다

함께 놀이하고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만들어 주려고 합니다.

 

하원 준비를 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먼저 신발을 신은 아이가 뒤에 오던 친구를 기다리며

같이 가자 하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저는 친구를 기다려 준 아이에게 oo아! 이제 친구도 기다려 줄 줄 아네!

하고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는 쑥스러운 듯 웃더니 친구 손을 잡고 함께 밖으로 걸어 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