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아교육

어린이집에서 또래 갈등은 언제 가장 많이 생길까요?

by 14년차 보육교사 2026. 3. 12.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하루에도 여러 번 친구들 사이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생깁니다. 처음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부모님들은 친구와 자주 다툰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걱정부터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친구를 괴롭히는 것은 아닌지, 사회성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걱정하며 상담을 요청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교실에서 아이들을 매일 지켜보는 교사의 입장에서는 또래 갈등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됩니다. 14년 동안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며 느낀 것은 또래 갈등이 생긴다는 사실보다 왜 그런 상황이 생겼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또래 갈등은 역할과 재료가 한정되어 있을 때, 놀이규칙에 대한 생각이 다를 때, 정리와 이동으로 놀이가 멈출 때 자주 나타났습니다. 오늘은 어린이집에서 또래 갈등이 언제 많이 생기는지와 교사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무엇을 먼저 살펴보는지 실제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어린이집에서 또래 갈등은 언제 가장 많이 생길까요
어린이집에서 또래 갈등은 언제 가장 많이 생길까요?

 

놀이의 역할과 재료가 한정되어 있을 때

처음 새로운 반에 적응하는 시기에는 친구와 함께 놀이하기보다 혼자 놀잇감을 살펴보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러다 함께 놀이하는 시간이 늘어나면 역할과 재료를 정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생각이 부딪히기 시작합니다. 비슷한 상황은 교실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종이상자를 이용해 커다란 버스를 만들고 있었는데 한 아이가 운전대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친구도 자신이 운전하고 싶다며 앞으로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한 아이가 "내가 먼저 만들었어."라고 이야기했고, 다른 아이는 "나도 하고 싶어."라며 쉽게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예전 같으면 한쪽이 울음을 터뜨렸을 상황이었지만 그날은 조금 달랐습니다. 두 아이가 잠시 이야기를 나누더니 한 친구는 운전을 맡고 다른 친구는 승객 이름표를 만드는 역할을 하기로 스스로 정했습니다. 교사가 정해 준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방법을 찾아낸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갈등이 생겼다는 사실보다 스스로 해결하려고 했다는 점이 더 크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함께 만드는 놀이가 길어질수록 아이마다 원하는 역할과 방법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의견차이도 드러날 수 있었습니다.  또래 갈등이 생기면 처음에는 빨리 해결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교실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조금 기다려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다치거나 감정이 너무 격해지는 상황이라면 바로 중재하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면 아이들에게 먼저 기회를 줍니다. 생각보다 아이들은 교사가 대신 해결해 주지 않아도 서로 방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 줄 때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목소리가 커지더라도 “그럼 우리 같이 하자” “이번에는 네가 하고 다음에는 내가 할게”라며 스스로 해결하는 모습을 볼 때도 있습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될수록 아이들은 친구와 함께 놀이하는 방법을 조금씩 익혀 갑니다.

 

아이들이 생각한 놀이 규칙이 서로 다를 때 

아이들은 같은 놀이를 하더라도 모두 자신만의 규칙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 갈 때 이런 모습이 자주 나타납니다. 우리 반에서도 아이스크림 가게 놀이를 준비하던 때가 기억에 남습니다. 어떤 아이는 계산을 먼저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다른 아이는 먼저 아이스크림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어떤 친구는 줄을 서야 한다고 했고 다른 친구는 배달 손님은 바로 받아야 한다며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자기 말이 맞다고 이야기하며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하지만 모두의 이야기를 하나씩 들어 보니 아이들은 싸우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이 생각한 가게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결국 아이들은 함께 규칙을 종이에 적어 보며 모두가 같은 방법으로 놀이하기로 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갈등이 훨씬 줄어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갈등을 통해 다른 친구의 생각도 나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됩니다. 놀이 규칙을 함께 만들어 보는 경험은 생각보다 큰 변화를 가져옵니다.

 

처음에는 서로 자기 생각만 이야기하던 아이들도 친구의 의견을 하나씩 듣다 보면 “그것도 괜찮은 것 같아”라고 말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실제로 규칙을 함께 정한 뒤에는 놀이가 더 오래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모두가 같은 약속을 알고 있으니 서로 다툴 일이 줄어들었고 새로운 친구가 놀이에 들어와도 아이들이 먼저 규칙을 설명해 주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교사가 알려 준 약속보다 아이들이 함께 만든 약속을 더 잘 지키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정하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규칙을 정하는 시간도 점점 짧아지고 서로 먼저 의견을 물어보는 모습도 나타납니다. 교사는 이런 모습을 보며 놀이의 결과보다 친구와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이 아이들에게 더 큰 배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정리와 이동으로 놀이가 갑자기 멈추는 시간

또래 갈등은 놀잇감이나 역할을 두고만 생기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정리 시간이나 점심시간처럼 하던 놀이를 멈추고 다음 일과로 이동해야 할 때도 갈등이 자주 나타났습니다. 한 아이는 놀이를 계속하고 싶은데 다른 아이는 정리를 시작하면서 서로의 행동을 다르게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한 번은 아이들이 블록으로 긴 도로를 만들고 있던 날이었습니다. 정리 음악이 나오자 한 아이가 블록을 상자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도로를 완성하지 못한 아이가 "왜 내가 만든 걸 망가뜨려?"라고 말하며 친구의 손을 막았습니다. 정리하던 아이는 약속을 지키려고 했고, 놀이하던 아이는 자신이 만든 것을 지키려고 했습니다. 두 아이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었지만 서로의 상황을 알지 못해 갈등이 생긴 것이었습니다.

 

그날 이후에는 정리 시간을 갑자기 알리기보다 "5분 뒤에는 정리할 거야. 계속 이어서 만들고 싶은 것은 어떻게 해 둘까?"라고 먼저 이야기했습니다. 다음 날 이어서 놀고 싶은 작품은 한쪽에 보관하거나 사진으로 남기고, 정리가 필요한 재료는 아이들이 함께 구분해 보도록 했습니다. 놀이를 마칠 시간을 미리 알게 되자 친구가 자신의 작품을 치운다며 화를 내는 일도 조금씩 줄어들었습니다.

 

교실에서 살펴보니 아이들이 예민해서 다투는 것이 아니라 놀이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시점이 서로 달라서 생기는 갈등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정리와 이동이 필요한 시간에는 다음 일과를 미리 알려 주고, 아이들이 놀이를 어떻게 마무리할지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교사는 갈등의 횟수보다 반복되는 상황을 살펴봅니다 

부모님께서는 아이가 친구와 몇 번 다퉜는지를 먼저 걱정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갈등의 횟수만 세기보다 어떤 상황에서 같은 일이 반복되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특정 역할을 정할 때마다 갈등이 생기는지, 공간이 좁은 놀이에서는 자주 부딪히는지, 정리 시간이나 점심시간 전에 목소리가 커지는지를 함께 확인했습니다.

 

같은 놀잇감을 두고 다투는 것처럼 보여도 이유는 달랐습니다. 친구에게 필요한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놀잇감을 먼저 잡는 아이가 있었고, 자신이 만든 놀이의 흐름이 바뀌는 것을 어려워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피곤하거나 배가 고픈 시간에 평소보다 감정을 크게 표현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갈등이 일어난 장면만 보면 비슷해 보였지만 그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살펴보면 필요한 도움도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교실에서는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만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갈등이 생기기 전 아이들이 어떤 놀이를 하고 있었는지, 자신의 마음을 어떤 말과 행동으로 표현했는지, 교사의 도움을 받은 뒤에는 다시 놀이에 참여했는지를 함께 보았습니다. 이런 과정을 기록해 두면 아이를 '친구와 자주 싸우는 아이'라고 판단하지 않고 반복되는 상황에 맞는 도움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밀기나 때리기처럼 다칠 수 있는 행동이 나타나거나 특정 친구를 계속 놀이에서 제외하는 상황이라면 바로 개입해야 합니다. 갈등 때문에 등원을 두려워하거나 놀이 참여가 어려워지는 모습이 이어질 때도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기다리기보다 가정과 어린이집이 상황을 구체적으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린이집의 또래 갈등은 역할과 재료가 한정되어 있을 때, 놀이 규칙에 대한 생각이 다를 때, 정리와 이동으로 놀이가 갑자기 멈출 때 자주 나타났습니다. 갈등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아이를 판단하기보다 언제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교사가 먼저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친구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궁금하다면 만 5세가 되면 친구를 먼저 생각하기 시작할까요? 글에서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