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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

어린이집 다니면서 아이의 말이 갑자기 늘어난 이유

by 14년차 보육교사 2026. 3. 13.

아이를 처음 어린이집에 보내는 부모님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자주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선생님 우리 아이가 집에서는 말을 많이 안 하는데 어린이집에 다니면 정말 말이 늘까요?” 처음에는 낯선 공간과 낯선 사람들 때문에 고개만 끄덕이거나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아이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부모님들은 어린이집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또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 걱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부모님들도 변화를 느끼기 시작합니다. 하원길에 친구 이름을 이야기하며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하기도 하고 집에서 잘 쓰지 않던 표현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14년 동안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느낀 것은 언어는 가르친다고 해서 갑자기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친구와 함께 웃고 놀며 자신의 생각을 전해야 하는 경험이 반복되고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 아이들의 말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말수가 적었던 아이일수록 어느 한순간 갑자기 변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전에는 수많은 작은 변화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습니다. 오늘은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며 아이들의 말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이유와 실제 교실에서 자주 보게 되는 언어 발달의 순간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어린이집 다니면서 아이의 말이 갑자기 늘어난 이유
어린이집 다니면서 아이의 말이 갑자기 늘어난 이유

 

경험을 순서대로 설명하면서 문장이 길어졌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의 언어가 가장 많이 자라는 순간은 글자를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직접 경험한 일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순간입니다. 한 번은 요리활동으로 오디청을 만들어 본 적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설탕을 먼저 넣어야 하는지 오디를 먼저 넣어야 하는지를 두고 서로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오디부터 넣을래, 아니야 설탕이 먼저야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활동을 마친 뒤에는 병을 바라보며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엄마도 집에서 만들어 봤대.” “설탕이 녹으면 색이 더 진해질 것 같아요.”, “빨리 먹고 싶은데 기다려야 한다고 했어요.” 처음에는 한두 마디씩 이야기하던 아이들이 친구의 말을 들으며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습니다.

 

누군가는 집에서 있었던 경험을 이야기했고 또 다른 아이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지 자신의 생각을 말했습니다. 교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그다음에는 어떻게 될 것 같아? “라고 다시 질문을 건넸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은 짧게 끝나던 대답 대신 조금 더 긴 문장으로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어린이집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경험은 단순히 활동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경험을 떠올리고 설명하고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생각을 더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아이들의 언어도 자연스럽게 함께 성장하게 됩니다.

 

친구의 표현을 듣고 새로운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교사의 말뿐 아니라 친구가 사용하는 표현도 빠르게 듣고 자신의 말로 바꾸어 사용했습니다. 비가 그친 뒤 산책을 나갔던 날, 한 아이가 물웅덩이를 보며 "물이 반짝거려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옆에 있던 친구는 잠시 물을 바라보다가 "거울처럼 보여."라고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 말을 들은 아이들은 자신이 본모습도 하나씩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람이 불어서 물이 흔들려요.”, “구름도 물에 보여요.”처럼 처음에는 사용하지 않았던 표현이 친구의 말을 들은 뒤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교사가 새로운 단어를 외우게 한 것이 아니라 같은 장면을 함께 보고 서로 다르게 표현하는 과정에서 말이 확장된 것이었습니다.

 

말수가 적었던 아이도 친구가 먼저 이야기하면 그 표현을 따라 해 본 뒤 자신의 생각을 한 마디씩 덧붙이곤 했습니다. 어린이집에서는 같은 또래의 말을 가까이에서 반복해서 듣고 바로 사용해 볼 기회가 많았습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아이가 알고 있는 단어뿐 아니라 문장을 만드는 방법도 조금씩 다양해졌습니다.

 

필요한 것을 정확히 말해야 하는 순간이 많아졌습니다

교실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으면 친구가 알아듣기 어려운 상황이 자주 생깁니다. 만들기 놀이를 하던 한 아이가 친구에게 “그거 줘.”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친구가 무엇을 말하는지 몰라 주변을 둘러보자 아이는 잠시 생각한 뒤 “파란색 가위 줘.”라고 다시 이야기했습니다.

 

또 다른 날에는 테이프를 찾던 아이가 처음에는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만 했습니다. 친구가 어떤 것인지 묻자 “책상 끝에 있는 긴 테이프가 필요해.”라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전해야 놀이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경험이 아이의 말을 자연스럽게 길어지게 했습니다.

 

어린이집에서는 친구와 재료를 나누고 역할을 정하며 도움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반복됩니다. 단순히 단어를 따라 말하는 것과 달리 실제로 필요한 말을 사용해 보고 친구의 반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아이의 표현을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종종 “집에서는 말을 잘 안 하는데 어린이집에서는 이야기를 많이 하나요? “라고 물어보십니다. 실제로 어린이집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합니다. 아침 등원 시간도 그중 하나입니다. 가방을 정리한 뒤 교실을 둘러보던 한 아이가 저에게 다가와 조용히 말을 걸었습니다. “선생님 어제 할머니 집에서 강아지 봤어요.” 평소 같으면 “그래?” 하고 짧게 넘어갈 수도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할머니 집에서 강아지를 만난 이야기 저녁을 먹은 이야기 잠들기 전에 있었던 일까지 차례대로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아이들도 하나둘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저는 어제 자전거 탔어요.” “저는 수박 먹었어요.” 아침마다 반복되는 짧은 대화였지만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경험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린이집에 다닌다고 모든 아이의 말이 같은 속도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매일 이야기할 경험이 생겼고, 친구의 다양한 표현을 들을 수 있었으며, 필요한 것을 말로 설명해야 하는 순간도 많아졌습니다. 여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 짧았던 대답은 조금씩 긴 문장으로 이어졌습니다.

 

부모님께서 보기에는 어느 날 갑자기 말이 많아진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전부터 아이는 교실에서 친구의 말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상대방의 반응에 맞춰 표현을 바꾸는 경험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쌓인 수많은 대화가 어느 순간 집에서도 자연스럽게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말이 늘었는데도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을 잘 이야기하지 않는 아이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아이가 어린이집 이야기를 안 할 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에서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