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질문을 하면 답을 알고 있는 것 같은데도
손을 들지 못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친구가 먼저 발표를 하면 그제야 작은 목소리로 저도 알고 있었어요
하고 이야기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반대로 틀릴 수도 있는데 먼저 손을 번쩍 드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성격 차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자신감은
잘하는 아이에게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신긴 한 건 한 번 발표를 해 본 아이는 다음에도 다시 손을 들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목소리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났습니다.
부모님과 상담을 하다 보면 우리 아이는 원래
자신감이 없는 것 같아요 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하지만 교실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면
처음부터 자신감이 많은 아이는 거의 없었습니다.
작은 경험이 하나씩 쌓이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아이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자신감이 없어 보였던 아이가 교실에서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리고 제가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해 주었던 말을 실제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잘 알고도 손을 들지 못하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한 아이는 질문을 하면 늘 친구들 뒤에 숨어 있었습니다.
답을 알고 있는 것 같은데도 먼저 손을 드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자유놀이를 하거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생각보다 자기 의견을 잘 이야기하는 아이였습니다.
어느 날 동화책을 읽은 뒤 아이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먼저 발표를 하는 동안 그 아이는 계속 제 눈을 피했습니다.
저는 일부러 이름을 부르지 않았습니다.
대신 발표가 끝난 뒤 아이 옆으로 가서 조용히 물었습니다.
OO 이는 어떤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았어?
그러자 아이는 작은 목소리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들은 뒤 정말 좋은 생각이네 하고 말해 주었습니다.
다음 날도 같은 방법으로 기다려 주었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아이는 작은 목소리였지만 스스로 손을 들었습니다.
정답을 맞혀서가 아니라 자기 생각을 말해도 괜찮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된 것 같았습니다.
그 뒤로도 아이는 발표 시간마다 조금씩 손을 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큰 변화는 아니었지만 그 정도면 많은 변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부모님의 말도 달라졌을 때였습니다
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자주 나누게 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집에서는 자꾸 못 하겠다고 해요.
조금만 어려워도 금방 포기하려고 해요.
그럴 때 저는 부모님께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을 하나씩 말씀드립니다.
한 아이는 만들기 활동을 하다가 잘되지 않으면
금방 저를 바라보곤 했습니다.
선생님 저는 못 하겠어요.
그 말을 정말 자주 했던 아이였습니다.
저는 바로 도와주기보다 어디까지 해 봤는지
먼저 물어보았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자기가 해 본 것을 하나씩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설명을 하다 보면 스스로 다시 해 보겠다고
이야기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상담을 하면서 부모님께도 같은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결과를 바로 알려 주기보다 먼저 아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며칠 뒤 부모님께서 집에서도 조금 달라진 것 같다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예전에는 안 돼요 하며 바로 포기하던 아이가 한 번 더 해 볼게요 하고
다시 시도하는 일이 생겼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그 이야기를 듣고 괜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 뒤로 아이는 예전보다 한 번 더 해볼게요!라는 말을 자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그 말이 들릴 때면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잘한다는 말보다 믿어준 순간을 더 오래 기억했습니다
교실에서는 아이들에게 칭찬을 해야 하는 순간이 많습니다.
요즘은 잘했어보다 다른 말을 더 자주 하게 됩니다.
한 번은 블록으로 높은 탑을 만들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거의 다 완성했는데 탑이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아이 표정도 금방 굳어졌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제가 같이 다시 만들어 줄까? 하고 먼저 이야기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날은 잠시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아이가 무너진 블록을 다시 하나씩 쌓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옆에서 끝까지 다시 만들어 보려고 하는구나 하고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는 아무 말 없이 블록을 다시 쌓더니 조금 뒤에는 처음보다 더 높은 탑을 완성했습니다.
완성한 뒤 저를 보며 선생님 이번에는 안 무너졌어요 하고 활짝 웃었습니다.
그날 이후 그 아이는 블록이 무너져도 전처럼 금방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쌓는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저는 아이들이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먼저 대신 해결해 주기보다
조금 더 기다려 보려고 합니다.
저는 아무 말 없이 아이가 만든 블록을 사진으로 한 장 남겨 두었습니다.
그날 키즈노트에 가장 먼저 올리고 싶은 사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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