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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육

어린이집 등원을 힘들어하던 아이가 달라진 이유

by 14년차 보육교사 2026. 2. 14.

월요일 아침이면 교실 문 앞에서 한참을 서 있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엄마 손을 꽉 잡은 채 교실 안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친구들은 이미 놀이를 시작했는데 아이는 선뜻 발을 떼지 못했습니다. 큰소리로 우는 아이도 있었지만 아무 말 없이 눈물을 참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초임시절엔 이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조급했습니다. 빨리 교실에 들어와야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말을 많이 걸거나 좋아하는 놀잇감을 보여주곤 했습니다. 하지만 경력이 쌓이면서 어린이집 등원을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울음을 빨리 멈추게 하는 방법이 아니라, 어린이집이 안전한 곳이라는 믿음을 쌓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같은 교실에서도 아이마다 등원하는 모습은 달랐습니다. 엄마와 헤어지는 순간에는 울었지만 교실에 들어와 놀이를 시작하는 아이가 있었고, 울지 않고 들어와서도 한동안 문 앞을 바라보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지켜본 변화는 등원할 때의 표정보다 교실에 들어온 뒤의 모습에서 더 많이 나타났습니다.  

어린이집 등원을 힘들어하던 아이가 달라진 이유
어린이집 등원을 힘들어하던 아이가 달라진 이유

 

 

울음을 멈추게 하는 것보다 먼저 했던 일 

한 아이는 한 달 가까이 교실 문 앞에서 엄마와 헤어지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엄마가 돌아서면 눈물을 보이며 울었고 나중에는 어린이집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저도 여러 방법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좋아하는 놀잇감을 꺼내 주기도 하고 친구들이 기다린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좋아하는 놀잇감이나 말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교실에 들어온 뒤 매일 반복해서 할 수 있는 작은 일이 생기면서부터였습니다. 저는 아이가 교실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가방을 정리하고 창가에 있는 화분에 물을 주는 일을 부탁했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오늘은 물이 많이 필요하다며 저에게 먼저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 어느 날은 화분에 잎이 많이 나왔다며 저와 친구를 불러 보여주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아이는 조금씩 등원하는 모습도 달라졌습니다. 교실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화분이 있는 창가로 향했습니다.  어느 월요일 아침에는 엄마와 인사한 뒤, 잠시 문 앞에 서 있다가 혼자 창가로 걸어갔습니다.  그날은 아이를 불러 칭찬하지 않았습니다. 평소처럼 물뿌리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두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엄마가 돌아서면 문 앞에 서 있던 아이가 이제는 스스로 창가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등원을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짧고 일정한 인사가 필요한 이유

등원을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면 부모님도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합니다. 아이 손을 놓았다가 다시 잡기도 하고 교실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끝까지 확인하려고 문 앞에 오래 머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울고 있는 아이를 두고 돌아서는 일이 부모님에게 쉬울 리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등원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이도 더 쉽게 마음을 놓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습니다.  엄마가 금방 돌아갈 것처럼 보이다가 다시 안아 주면 아이는 조금 더 기다리면 함께 집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앞서 화분에 물을 주던 아이도 처음에는 엄마와 헤어진 뒤 한참 동안 문 앞을 바라보았습니다. 

 

저는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눈 뒤 등원 인사를 짧게 하기로 했습니다.  부모님이 아이에게 다녀올게~ 와 같은 인사를 한 뒤에는 다시 교실 문을 열지 않고 그대로 돌아서는 방법이었습니다.

 

처음 며칠은 크게 달라진 것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여전히 눈물을 보였고 문 앞을 자주 돌아보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울지 말라고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보고 싶구나.  하고 아이의 마음을 짧게 받아 준 뒤 화분에 물을 주거나 가방을 정리하는 익숙한 일로 자연스럽게 연결했습니다.

 

또 다른 아이는 등원할 때는 씩씩했지만 엄마가 돌아간 뒤 한참 동안 창밖만 바라보던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손을 잡고 같이 놀자고 하자 금세 표정이 풀렸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침에 울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 어린이집 생활에 익숙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하원할 때는 부모님께 아침에 울었다는 이야기만 전하지 않았습니다. 교실에 들어온 뒤 언제 놀이를 시작했는지, 친구들에게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함께 말씀드렸습니다. 등원할 때의 모습만 기억하고 있던 부모님도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하루를 시작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가정에서 어린이집 등원 적응을 도울 수 있는 방법

가정에서 등원 준비부터 헤어지는 순까지 일정한 순서를 유지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첫째, 아침 준비 순서를 일정하게 유지합니다.

일어나서 씻고 옷을 입은 뒤 아침을 먹는 순서처럼 아이가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합니다. 

 

둘째, 아이와 헤어질 때는 짧게 인사합니다.

부모님이 언제 다시 오는지 아이가 이해할 수 있게 이야기 하고, 인사를 마친 뒤 교사에게 아이를 인계합니다. 아이가 많이 힘들어한다면 교사와 상의해 인사 방법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셋째, 하원 후에는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나눕니다.

교실에서 어떤놀이를 했는지, 어떤 놀이가 재미있었는지, 친구들과 어떻게 지냈는지 등  어린이집에서 보낸 하루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교사에게 아이의 생활모습을 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넷째, 아이가 등원하기 싫다고 말할 때는 그 이유를 들어봅니다.

엄마와 헤어지기 싫은 것인지, 어린이집 생활에 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에 따라 필요한 도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등원에 대한 어려움이 오랫동안 이어지거나 식사와 수면, 놀이 등 일상생활 전반에 큰 변화가 나타난다면 담임교사와 아이의 생활 모습을 구체적으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는 결국 자신의 속도로 어린이집에 익숙해졌습니다

어느 날 아이가 하원하면서 "내일도 화분에 물 줄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도 엄마와 헤어질 때는 울먹였지만, 인사를 마친 뒤에는 물뿌리개를 찾으러 갔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저도 미소가 났습니다. 울지 않게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교실에 들어와 자신이 할 일을 알고, 그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긴 휴일을 보내고 온 월요일에는 등원할 때 엄마와 헤어지기 힘들어하거나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동안의 적응이 처음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아이는 교실에 들어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었고, 시간이 조금 길더라도 자신이 하던 일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교실 문 앞에서 엄마를 기다리거나 교실 문을 바라보던 아이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화분의 변화를 먼저 이야기하고 다음 날 할 일도 스스로 떠올렸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어린이집에 익숙해진다는 것이 매일 웃으며 등원하는 모습만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울먹이는 날에도 교실에 들어와 자신의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 변화가 이 아이에게는 더 의미 있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적응한 뒤에도 하원 후 유난히 예민한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어린이집 다녀온 뒤 아이가 예민해질 때, 교사가 먼저 보는 이유에서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