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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

어린이집 교사가 지시하는 말 대신 자주 사용하는 표현

by 14년차 보육교사 2026. 4. 4.

교실에서 여러 아이와 하루를 보내다 보면 짧고 익숙한 말이 먼저 나올 때가 있습니다. “빨리 정리하자.”, “조금만 기다려.”, “조용히 해야지.”처럼 아이들의 행동을 바로 바꾸기 위한 말들입니다. 저도 초임 시절에는 같은 표현을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교사의 말을 듣고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그대로 서 있거나 잠시 뒤 같은 행동을 다시 하기도 했습니다.

 

정리하라는 말은 들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고, 기다리라는 말은 알지만 자신의 차례가 언제 오는지는 알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때부터 하지 말아야 할 행동만 말하기보다 지금 아이가 할 수 있는 행동을 구체적으로 알려 주려고 했습니다. “정리해.”라고 반복하는 대신 어떤 놀잇감부터 정리할지 물었고, “기다려.”라고 말하는 대신 차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짧은 표현을 조금 바꾸자 아이들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훨씬 쉽게 이해했습니다. 14년 동안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며 알게 된 것은 부드러운 말만 사용하는 것보다 아이가 다음 행동을 알 수 있도록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오늘은 교실에서 자주 사용하는 지시 표현을 어떤 말로 바꾸어 사용했는지 실제 상황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어린이집 교사가 지시하는 말 대신 자주 사용하는 표현
어린이집 교사가 지시하는 말 대신 자주 사용하는 표현

 

“빨리 정리해” 대신 무엇부터 정리할지 물었습니다

정리 시간이 되면 교실 곳곳에서 하던 놀이를 멈추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정리 음악이 끝나 가는데도 놀잇감을 손에 든 채 주변만 바라보거나 친구가 정리하는 모습을 따라다니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그런 모습을 보면 “이제 빨리 정리해야지.”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습니다. 한 번은 역할놀이를 마친 뒤 음식 모형과 접시, 메뉴판이 바닥에 섞여 있었습니다. 한 아이는 정리를 시작하지 못하고 놀잇감을 하나씩 만지기만 했습니다.

 

저는 다시 정리하라고 말하는 대신 “접시와 메뉴판 중에서 무엇부터 정리할래?”라고 물었습니다. 아이는 잠시 살펴보더니 접시부터 정리하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럼 접시는 이 바구니에 넣고, 선생님은 메뉴판을 모을게.”라고 정리할 범위를 구체적으로 알려 주었습니다. 접시 정리를 끝낸 아이는 다른 친구에게 음식 모형도 함께 정리하자고 이야기하며 다음 정리를 이어 갔습니다.

 

아이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것은 정리할지 말지를 맡기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정리는 함께 해야 하지만 어디에서 시작할지는 아이가 고를 수 있도록 한 것이었습니다. 해야 할 일이 한꺼번에 크게 보일 때는 시작하지 못하던 아이도 한 가지 일을 구체적으로 정하면 훨씬 쉽게 움직였습니다.

 

그 뒤로는 “빨리 정리해.”라고 재촉하기보다 “자동차와 블록 중 어떤 것을 먼저 정리할래?”, “네가 맡을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라고 물었습니다. 정리 속도를 재촉하는 말보다 처음 해야 할 일을 분명하게 알려 주는 표현이 아이들이 스스로 정리를 시작하는 데 더 도움이 되었습니다.

 

 

“기다려” 대신 차례를 확인할 수 있게 말했습니다

교실에서는 한정된 도구를 여러 아이가 함께 사용해야 하는 순간이 자주 있습니다. 이럴 때 아이들은 “제 차례는 언제예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해요?”라고 반복해서 묻곤 합니다. 예전에는 “친구가 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라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조금’이 어느 정도인지 알기는 어려웠습니다. 기다리라는 말을 들었어도 친구가 도구를 내려놓을 때까지 계속 곁을 서성이거나 자신이 먼저 하겠다며 손을 뻗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한 번은 요리활동을 하며 아이들이 큰 주걱으로 반죽을 차례대로 섞었던 적이 있습니다. 여러 아이가 동시에 해 보고 싶어 하자 저는 “기다려.”라고만 말하지 않고 이름표를 순서대로 놓았습니다. 그리고 한 아이에게 “지금은 친구가 하고 있고, 그다음 이름이 네 이름이야. 친구가 다섯 번 저으면 네 차례가 될 거야.”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아이는 바닥에 놓인 이름표를 확인한 뒤 친구가 젓는 횟수를 함께 세었습니다. 자신의 차례가 언제 오는지 알게 되자 도구를 먼저 잡으려고 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차례를 마친 뒤에는 다음 친구의 이름표를 보며 “이제 네 차례야.”라고 알려 주기도 했습니다.

 

그 뒤로는 “조금만 기다려.”라고 말하기보다 “지금 친구 다음이 네 차례야.”, “모래시계의 모래가 모두 내려가면 바꾸자.”처럼 기다림의 끝을 알 수 있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아이들은 무조건 참아야 할 때보다 순서와 시간을 확인할 수 있을 때 훨씬 편안하게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조심해야지” 대신 실수를 해결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간식이나 미술 활동을 하다 보면 아이가 우유나 물을 쏟는 일이 생깁니다. 갑자기 컵이 넘어지면 아이는 놀라서 그대로 멈추거나 교사의 표정을 먼저 살피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저도 바닥을 닦으면서 “조심했어야지.”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에 조심하라는 말을 해도 아이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자신이 실수했다는 사실만 크게 느끼고 다음부터는 컵이나 물감 사용을 피하려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한 번은 간식시간에 한 아이가 우유가 담긴 컵을 팔로 건드려 바닥에 쏟았습니다. 아이는 넘어진 컵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왜 조심하지 않았어?”라고 묻는 대신 “먼저 컵을 바로 세우고, 우유가 흐른 곳은 수건으로 닦아 보자.”라고 말했습니다.

 

아이는 컵을 세운 뒤 수건을 가져와 자신이 닦을 수 있는 부분부터 닦았습니다. 넓게 흘러간 곳은 제가 함께 정리했습니다. 정리가 끝난 뒤에는 컵을 어디에 두면 팔에 걸리지 않을지 아이와 함께 자리를 정해 보았습니다. 다음 간식시간에는 아이가 컵을 안쪽에 놓으며 “여기 두면 안 넘어져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실수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이미 일어난 행동을 꾸짖는 말보다 지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조심해야지.”라고 끝내기보다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떤 도구가 필요할까?”, “다음에는 어디에 두면 좋을까?”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아이가 직접 정리하고 다음 방법을 찾아보는 과정까지 경험해야 같은 상황을 만났을 때 스스로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조용히 해” 대신 목소리를 사용할 장소를 알려 주었습니다

교실에서 놀이가 활발해지면 아이들의 목소리도 자연스럽게 커집니다. 친구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려고 큰 소리로 말하거나 역할에 몰입해 교실 반대편에 있는 친구를 부르기도 합니다. 이럴 때 “조용히 해.”라고 말하면 잠시 목소리가 작아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커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 번은 소방관 놀이를 하던 아이들이 “불이야!”, “소방차가 출동합니다!”라고 외치며 교실을 뛰어다닌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놀이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가까이에서 책을 보던 친구들은 귀를 막거나 다른 자리로 이동했습니다. 저는 놀이를 멈추게 하기보다 “소방차처럼 큰 목소리는 어디에서 사용하면 좋을까?”라고 물었습니다. 아이들은 강당이나 바깥놀이터에서는 크게 말해도 된다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교실에서는 옆에 있는 친구가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큰 소리로 출동하는 놀이는 강당에서 이어 가자.”라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은 교실에서는 가까이 있는 친구에게 들릴 정도로 목소리를 낮추었고, 이후 강당으로 이동했을 때는 힘껏 구호를 외치며 놀이를 이어 갔습니다. 무조건 소리를 내지 못하게 한 것이 아니라 목소리의 크기를 장소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알려 준 것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조용히 해.”라고 반복하기보다 “지금은 옆 친구와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필요해.”, “큰 목소리는 바깥에 나가서 사용하자.”라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들은 목소리를 작게 해야 하는 이유와 크게 말해도 되는 장소를 함께 알게 되었을 때 상황에 맞게 목소리를 조절하기가 더 쉬웠습니다.

 

교실에서 사용하는 말을 바꾼다는 것은 무조건 부드럽게 이야기한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지금 해야 할 행동과 그다음에 일어날 일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알려 주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정리해."라는 말에는 시작할 일을 더하고, "기다려."라는 말에는 차례가 오는 시점을 알려주었습니다. 실수했을 때는 해결할 방법을 함께 찾고, 목소리가 커졌을 때는 상황에 맞는 크기와 장소를 구분해 주었습니다. 교사의 표현이 구체적일수록 아이도 지시를 반복해서 듣지 않고 다음 행동을 선택하기 쉬웠습니다. 

 

저도 바쁜 순간에는 익숙한 말이 먼저 나올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하고 있다면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판단하기보다 표현이 아이에게 충분히 구체적이었는지 다시 살펴보려고 합니다. 짧은 말 한마디에 해야 할 행동을 담아 주는 것이 교실에서 제가 가장 자주 사용하게 된 대화 방법이었습니다.

 

 

친구의 행동을 자꾸 알리는 아이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궁금하다면 친구를 자꾸 이르는 아이에게 교사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에서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