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놀이 시간이 시작되면 친구들과 함께 역할을 정하는 아이도 있고 자신이 고른 놀잇감을 가지고 혼자 놀이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아이가 교실에서 혼자 있는 모습을 보거나 친구와 놀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또래 관계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교실에서 아이를 관찰할 때는 혼자 놀이하는 장면만 보지 않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혼자 놀이하기를 선택한 것인지,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지만 놀이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지를 먼저 구분합니다. 친구가 다가왔을 때 보이는 반응과 혼자 놀이하는 시간, 특정한 상황에서 같은 모습이 반복되는지도 함께 살펴봅니다.
14년 동안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관찰하며 알게 된 것은 친구의 수보다 아이가 또래와 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하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오늘은 친구보다 혼자 놀이하는 아이를 만났을 때 교사가 무엇을 먼저 확인하고, 어떤 경우에 가정과 함께 모습을 나누어 보는지 실제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혼자 놀이를 선택한 것인지 참여하기 어려운 것인지 살펴봅니다
교실에서 혼자 놀이하는 아이를 보면 먼저 아이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자신이 고른 놀이에 집중하며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는지, 친구들의 놀이를 계속 바라보면서도 가까이 가지 못하고 있는지에 따라 혼자 있는 이유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한 아이는 자유놀이 시간이 되면 그림 그리기를 선택해 오랫동안 혼자 앉아 있었습니다.
친구들이 다른 놀이를 시작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그리고 싶은 내용을 차례대로 완성했습니다. 친구가 다가와 말을 걸면 자연스럽게 대답했고 필요한 색연필을 함께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었지만 또래를 피하거나 관계를 불편해하는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반면 친구들이 역할놀이를 하는 주변을 계속 오가면서도 놀이에 참여하지 못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친구들의 말을 들으며 웃거나 가까이 다가갔지만 함께 놀자는 말을 꺼내지 못한 채 다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 아이는 혼자 놀이를 선택했다기보다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주변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만으로 또래 관계를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자신의 놀이에 편안하게 집중하고 있는지, 친구의 놀이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참여하지 못하는지를 구분해 보았습니다. 같은 혼자 놀이라도 스스로 선택한 시간인지 관계를 시작하는 데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지 먼저 확인해야 교사가 제공할 지원도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친구가 다가왔을 때 보이는 반응을 확인합니다
혼자 놀이하는 시간만큼 중요하게 살펴보는 것은 친구가 가까이 왔을 때 아이가 보이는 반응이었습니다. 먼저 말을 걸진 않아도 친구의 이야기에 대답하거나 놀잇감을 함께 사용한다면 또래와 관계를 맺는 데 큰 불편함이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 아이는 자유놀이 시간마다 교사 가까이에서 놀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친구가 다가온다고 피하지는 않았지만 먼저 말을 걸거나 친구의 놀이에 들어가지는 않았습니다. 아이가 곤충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을 알고 비슷한 놀이를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곤충 그림과 모형을 살펴볼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처음에는 두 아이 모두 교사 옆에서 각자 곤충을 살펴보았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한 아이가 자신이 발견한 곤충을 친구에게 보여 주었고 친구도 다른 모형을 가져와 이야기를 이어 갔습니다. 이후에는 교사의 안내 없이도 두 아이가 함께 곤충을 찾으며 놀이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이 아이에게 필요했던 것은 여러 친구가 참여하는 놀이에 바로 들어가게 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와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친구가 다가왔을 때 말을 주고받는지, 놀잇감을 공유할 수 있는지, 짧게라도 함께 놀이한 뒤 편안하게 자신의 놀이로 돌아오는지를 살펴보면 아이가 또래 관계에서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혼자 놀이하는 상황과 시간이 반복되는지 기록합니다
아이의 또래 관계를 살펴볼 때는 하루에 한 번 본모습만으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시간에 혼자 놀이하는지, 어떤 놀이에서 같은 모습이 나타나는지, 주변에 몇 명의 친구가 있는지를 며칠 동안 함께 기록했습니다. 같은 아이도 놀이의 종류와 교실 상황에 따라 참여하는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여러 명이 역할을 정하고 대화를 이어 가는 놀이에서는 혼자 떨어져 있지만 두세 명이 참여하는 블록놀이나 바깥놀이에서는 자연스럽게 친구와 어울리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등원 직후에는 혼자 놀잇감을 살펴보다가 교실이 익숙해진 오후에는 먼저 친구를 찾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은 아이가 항상 또래 관계를 어려워한다기보다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는 놀이와 인원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반대로 놀이의 종류와 시간에 관계없이 계속 친구들의 활동을 바라보기만 하거나, 놀이에 들어갔다가도 금방 나오는 모습이 반복되는지도 확인했습니다. 친구에게 말을 걸려고 여러 번 다가갔지만 매번 멈추는지, 특정한 친구나 많은 인원이 모인 상황에서만 어려움이 나타나는지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기록할 때는 단순히 ‘오늘도 혼자 놀았다’고 남기지 않았습니다. 어떤 놀이를 선택했는지, 친구와 얼마나 가까운 곳에 있었는지, 말을 주고받은 순간이 있었는지와 놀이를 마친 뒤의 표정까지 구체적으로 적었습니다. 이렇게 상황을 나누어 살펴보면 혼자 놀이하는 횟수보다 아이가 편안하게 관계를 시작할 수 있는 조건을 찾는 데 더 도움이 되었습니다.
놀이 참여가 어려워지는 신호는 가정과 함께 살펴봅니다
혼자 놀이하는 시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부모님께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말씀드리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아이가 친구와 함께하고 싶어 하면서도 계속 참여하지 못해 속상해하거나 특정 친구가 있는 놀이를 반복해서 피하는 모습이 나타난다면 가정과 교실에서의 모습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놀이에 들어가려다 여러 번 거절당한 뒤 혼자 있게 된 경우와 스스로 혼자 놀이를 선택한 경우는 필요한 도움이 달랐습니다. 친구가 다가올 때마다 몸을 돌리거나 놀잇감을 감추는지, 또래가 가까이 오면 긴장하거나 울음을 보이는지, 혼자 있는 시간에도 놀이를 시작하지 못하고 주변만 계속 살피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했습니다.
부모님께는 단순히 친구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전달하기보다 어떤 시간과 놀이에서 어려움이 나타났는지를 말씀드렸습니다. 가정이나 놀이터에서는 또래에게 먼저 다가가는지, 익숙한 친구와는 편안하게 놀이하는지, 최근 생활에 달라진 점은 없는지도 함께 들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본모습과 가정에서의 모습을 비교하면 아이가 모든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지 특정한 환경에서만 도움이 필요한지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또래 관계로 인해 어린이집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놀이에 참여하지 못하는 모습이 오랫동안 이어진다면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고만 생각하며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반복되는 상황을 기록하고 부모님과 공유하며 아이가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는 놀이와 또래 관계를 함께 찾아보았습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어린이집 안에서 제공할 수 있는 지원과 추가로 확인해야 할 부분도 가정과 상의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어 하면서도 놀이를 시작하지 못하거나 관계로 인해 불편함이 이어지는 아이에게는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 주는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친구의 수나 혼자 노는 횟수만으로 아이를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편안하게 관계를 시작할 수 있는 놀이와 상황을 찾고, 교실에서 확인한 모습을 가정과 구체적으로 나누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혼자 놀이하는 장면 뒤에 담긴 아이의 선택과 어려움을 구분해 보는 것이 교사가 또래 관계를 살펴보는 출발점이었습니다.
새로운 교실에서 아이가 관계를 시작하는 모습을 교사가 어떻게 관찰하는지 궁금하다면 신학기 초, 교사는 아이의 어떤 모습을 가장 먼저 볼까요? 에서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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