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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

어린이집 교사가 일부러 완성해 주지 않는 것들

by infoguide-1 2026. 7. 8.

교사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보호자에게 종종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선생님이 조금만 도와주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예전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저도 처음에는 뭐든 빨리 도와주는 교사였습니다.

 

가위질이 어려워 보이면 제가 대신 잘라 주었고

만들기가 마음처럼 되지 않아 울먹이면 금방 손을 내밀었습니다.

아이들이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마음이 편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만 다섯 살은 자존심도 생기고

친구와 비교하는 마음도 생기는 시기라서 더 그랬습니다.

 

한 번은 종이접기 활동을 하는데 한 아이가 계속 실패했습니다.

몇 번을 다시 접어도 모양이 나오지 않자

결국 종이를 책상 위에 내려놓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이 옆에 앉아 금방 대신 접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제 얼굴과 종이를 번갈아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선생님이 한 거잖아요라고 말을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묘했습니다.

 

저는 아이를 도와준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에게는 자신의 기회를 빼앗긴 일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날 이후 저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어려워하더라도 먼저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당장 결과는 느리고 답답할 수 있지만

아이들이 정말 성장하는 순간은 누군가 대신해 줄 때가 아니라

스스로 해냈을 때라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교실에서는 일부러 완성해 주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가끔은 제가 조금 게으른 교사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아이들이 스스로 해 볼 수 있도록 경험을 제공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집 교사가 일부러 완성해 주지 않는 것들
어린이집 교사가 일부러 완성해 주지 않는 것들

놀이의 시작을 대신 정해 주지 않습니다

얼마 전 우리 반에서는 아이스크림 가게 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부터 계획했던 놀이가 아니었습니다.

점토로 아이스크림을 만들다가

한 아이가 갑자기 이거 팔면 재미있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아이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손님이 필요하다는 아이도 있었고

돈이 있어야 한다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벌써 필요한 것들이 떠올랐습니다.

 

간판도 만들어야 하고, 메뉴판도 있어야 하고

계산대도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아이들이 오기 전에 미리 만들어 놓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놀이가 더 빨리 시작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이들의 생각과 의견을 따르고 싶었습니다. 

다음 날 등원한 아이들은 교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한 아이는 블록을 가져와 계산대를 만들었고

다른 아이는 종이를 가져와 메뉴판을 만들었습니다.

또 다른 아이는 종이컵을 들고 와서 아이스크림 컵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교실은 생각보다 시끄러웠습니다.

이건 여기 두자, 아니야 손님은 여기 앉아야 해

가격은 천 원이야,  너무 싸잖아 오천 원으로 하자!

아이들은 계속 의견을 냈고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했습니다.

 

중간에는 자기 생각이 맞다고 우기며

얼굴을 찌푸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저는 좋았습니다.

놀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며칠 뒤에는 한 아이가 제게 다가와서 이야기했습니다.

선생님 포장컵이 없어요.

저는 곧바로 종이컵을 꺼내 주지 않았습니다.

그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물었습니다.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친구들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다 같이 교실을 돌아다니며

사용할 수 있는 재료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투명컵도 가져와 보고,

작은 상자도 가져와 보고 ,

남은 색종이도 뒤적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새삼 느꼈습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교사가 다 만들어 주면 놀이는 빨리 시작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놀이를 만들어 가는 경험은 줄어듭니다.

 

반대로 기다려 주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가끔은 한 시간 동안 이야기만 하다가 끝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시작된 놀이는 훨씬 오래 이어집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만든 놀이에는 애정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날 하원하기 전에도 아이들은 내일은 포장 주문도 받아야 한다면서 

종이컵을 몇 개 더 꺼내 놓고 갔습니다.

집에 갈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계산대를 다시 정리하고

메뉴판을 세워두는 모습을 보니 괜히 웃음이 났습니다.

제가 미리 다 만들어 주었다면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가게를 자기 일처럼 생각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놀이를 오래 끌고 가는 힘은 교사가 만들어 놓은 환경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만든 경험에서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작은 갈등을 바로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만 5세 교실에서는 하루에도 여러 번 작은 갈등이 생깁니다.

같은 역할을 하고 싶어 하기도 하고 같은 재료를 사용하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

저는 갈등이 생기면 무조건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교실이 조용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누가 먼저였는지 물어보고

순서를 정해 주고 서로 사과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두 아이가 크게 다툰 적이 있었습니다.

아이스크림 가게 주인을 두고 다투기 시작했는데

둘 다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화가 나 있었습니다.

한 아이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고

다른 아이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돌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며 순간 고민했습니다.

지금 바로 정리해 줄까?

아니면 조금 기다려 볼까?

결국 저는 두 아이 곁에 조용히 앉아 있기만 했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자기 이야기만 했습니다.

내가 먼저 생각했어!, 네가 어제 했으니까 오늘은 내가 할 거야 등

계속 같은 이야기만 반복했습니다.

 

그러다가 한 아이가 갑자기 말했습니다.

그러면 내가 먼저 하고 너는 점심 먹고 해

다른 아이는 한참 생각하더니 알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정말 짧은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괜히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방법을 찾아낸 것이 너무 대견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 저는 작은 갈등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갈등은 무조건 나쁜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이 감정을 표현하고

친구와 관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우리 반 아이들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친구가 자기 물건을 만지기만 해도 선생님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먼저 친구에게 이야기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나 지금 이거 쓰고 있어,  같이 쓰자, 다음에는 내가 먼저 할게 등

 

물론 여전히 울 때도 있습니다.

토라져서 구석에 앉아 있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저는 아이에게 무조건 친구와 놀라고 하지 않습니다.

마음이 진정될 시간을 주고 다시 이야기할 수 있도록 기다립니다.

 

한 번은 친구와 다투고 혼자 앉아 있던 아이가

한참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친구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같이 하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친구도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잠시 뒤 두 아이는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 나란히 앉아

한 아이는 손님 역할을 하고 다른 아이는 가게 주인 역할을 하면서

언제 다퉜냐는 듯 웃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괜히 조급하게 생각했나 생각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제가 중간에서 누가 어떤 역할을 먼저 할지 정해 주고

서로 사과하라고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서운한 마음을 풀고 다시 놀이를 이어갔습니다.

 

그날 이후 작은 갈등이 생겨도 예전만큼 조급해지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교사가 모든 답을 알려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생각보다 자기들만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작품의 마지막을 대신 완성해 주지 않습니다

어린이집 작품은 정말 제각각입니다.

선 밖으로 색칠을 하기도 하고

가위를 삐뚤게 사용하기도 합니다.

어른의 눈으로 보면 조금 부족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보호자들이 선생님이 조금만 도와주셨으면

더 예뻤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도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 역시 아이들 작품이 예쁘게 완성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작품을 볼 때마다 저는 결과보다 과정을 먼저 떠올립니다.

 

한 번은 종이컵을 이용해 만들기 활동을 했습니다.

한 아이가 종이컵을 붙이는데 계속 떨어졌습니다.

테이프를 붙이면 기울어지고

다시 붙이면 또 떨어졌습니다.

 

결국 아이는 제게 와서

선생님 도와주세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솔직히 바로 도와주려는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제가 붙이면 십 초도 걸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아이와 함께 다시 자리로 갔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안 떨어질까? 하고 물었습니다.

아이는 아무 말 없이 작품만 바라보았습니다.

 

종이컵을 만져 보기도 하고

테이프를 다시 떼어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테이프를 길게 잘라 오기 시작했습니다.

 

붙였다가 실패하고 다시 붙였다가 또 실패했습니다.

옆에서 보던 저도 마음속으로

제발 이번에는 붙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몇 번의 실패 끝에

드디어 종이컵이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선생님 나 혼자 했어요!!!! 하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때 아이 표정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눈이 반짝거렸고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만약 제가 대신해 주었다면 작품은 더 예뻤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는 그렇게 행복해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린이집에서 일부러 완성해 주지 않는 이유는

아이를 힘들게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아이가 스스로 해 볼 수 있는 경험을 가져 볼 수 있기 위해서입니다.

 

아이는 실패하면서 배우고 다시 시도하면서 성장합니다.

그리고 내가 혼자 해냈다는 경험은

다음 도전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됩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마지막 한 조각은 남겨 둡니다.

간판의 마지막 글자도 아이가 직접 쓰게 하고

친구와의 작은 다툼도 먼저 이야기해 보게 하고

작품의 마지막 테이프 한 장도 아이 손으로 붙여 보게 합니다.

 

그날 그 아이는 작품을 집에 갈 때까지 계속 들고 다녔습니다.
친구들에게 보여 주고 하원하면서는

가방 대신 작품부터 챙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굳이 예쁘게 다시 붙여주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이컵은 조금 삐뚤어져 있었지만

아이 표정만큼은 누구보다 뿌듯해 보였습니다.

교실에서는 이런 순간들이 생각보다 자주 있습니다.

요즘 저도  언어나 행동으로 먼저 표현할 때

한 번쯤 더 기다려 보려고 합니다. 

 

교사는 그 작은 성장의 순간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아이들보다 조금 천천히 움직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믿으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