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선을 타고 보물섬을 찾아다니던 놀이가 마무리될 무렵 아이들의 관심은 바다보다 더 먼 곳으로 향했습니다. 배를 타고 갈 수 없는 곳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교실에는 자연스럽게 우주라는 새로운 주제에 흥미를 보였습니다. 우주 놀이를 시작한다고 해서 행성의 이름과 순서부터 알려 주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이미 우주에 대해 알고 있는 것과 정말 궁금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듣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태양과 여러 행성의 모습을 함께 본 뒤 각자 궁금한 점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질문은 예상보다 훨씬 다양했습니다. 지구가 언제 생겼는지와 행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궁금해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블랙홀은 왜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지와 태양 가까이에 갈 수 있는지도 물었습니다. 외계인이 진짜 있는지와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해하는 질문도 나왔습니다. 그중에는 수성은 1년 전에 어떤 크기였을까라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어른의 기준으로 문장을 고치거나 다른 질문으로 바꾸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행성의 크기도 달라지는지 궁금해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기 때문입니다. 교실에 적어 둔 문장도 아이가 말한 내용 그대로 남겼습니다. 달에는 어떻게 가는지와 우주에 가면 왜 몸이 둥둥 뜨는지도 알고 싶어 했습니다. 우주에서는 무엇을 먹는지처럼 우주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생활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질문을 한 곳에 모으자 앞으로 무엇을 알아보고 어떤 놀이를 이어 갈지 아이들의 말속에서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우주 놀이는 교사가 준비한 순서에 아이들이 참여하는 활동이 아니었습니다. 행성으로 자리를 정한 날부터 질문을 모으고 블랙홀을 알아보기까지 아이들이 궁금해한 내용을 하나씩 따라가며 이어졌습니다. 이 글에는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물었고 교실의 놀이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로켓 놀잇감을 움직이며 우주 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우주에 관한 질문을 함께 알아본 뒤 교실에 로켓 놀잇감을 꺼내 두었습니다. 질문판과 영상으로 보았던 우주를 이번에는 아이들이 손으로 직접 움직이며 놀이할 수 있도록 준비한 것입니다. 로켓 본체와 우주인 그리고 작은 이동 수단과 여러 부품이 함께 있는 놀잇감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로켓을 세워 놓고 겉과 안을 천천히 살펴보았습니다.
한 아이가 로켓의 투명한 윗부분을 만져보는 동안 다른 아이는 주변에 놓인 작은 놀잇감을 골라 움직였습니다. 크기가 큰 로켓은 그 자체로 놀이의 중심이 되었고 작은 우주인과 이동 수단은 로켓 주변을 오가며 놀이에 사용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정해진 장면을 만들어 주지는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필요한 놀잇감을 직접 고르고 로켓 주변에 하나씩 놓았습니다.
로켓을 가운데 세운 뒤 우주인을 가까이 가져가기도 하고 작은 이동 수단을 움직이며 각자가 생각하는 우주의 모습을 놀이로 나타냈습니다. 영상을 볼 때는 화면 속 우주를 눈으로 따라갔다면 로켓 놀잇감은 아이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로켓을 세우고 작은 부품을 옮기는 동안 앞에서 알아보았던 우주와 행성의 모습도 놀이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왔습니다. 같은 로켓을 사용하고 있어도 아이들이 관심을 두는 부분은 서로 달랐습니다.
로켓 자체를 자세히 살펴보는 아이가 있었고 주변의 우주인과 작은 놀잇감을 움직이는 데 집중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하나의 완성된 로켓 놀잇감이 아이마다 다른 방식으로 사용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우주는 아이들이 직접 가보거나 가까이에서 볼 수 없는 공간입니다. 하지만 손으로 잡을 수 있는 놀잇감이 놓이자 멀게 느껴졌던 우주를 교실 안에서 움직이고 구성해 볼 수 있었습니다. 질문으로 시작한 관심이 로켓과 우주인을 직접 움직이는 놀이로 이어진 첫 번째 장면이었습니다.
종이컵 로켓을 만들어 공중으로 날려보았습니다
완성된 로켓 놀잇감을 움직여 본 다음에는 아이들이 직접 날릴 수 있는 로켓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사용한 재료는 종이컵과 고무줄이었습니다. 종이컵으로 로켓의 형태를 만들고 고무줄을 연결해 손을 놓으면 위로 튀어 오를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아이들은 종이컵으로 만든 로켓에 색을 더하고 별무늬도 붙이며 각자의 로켓을 완성했습니다. 같은 종이컵을 사용했지만 완성된 로켓의 색과 모습은 서로 달랐습니다. 완성한 뒤에는 로켓의 고무줄이 연결된 부분과 로켓을 올려놓을 종이컵의 위치를 함께 확인했습니다.
로켓을 날릴 때는 종이컵 하나를 책상 위에 거꾸로 세우고 그 위에 고무줄이 연결된 로켓을 올렸습니다. 로켓을 아래로 누르면 고무줄이 늘어나고 손을 놓는 순간 로켓이 공중으로 튀어 올랐습니다. 책상 위에 가만히 놓여 있던 종이컵 로켓이 순식간에 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로켓을 종이컵 위에 제대로 올려놓지 않으면 눌러도 중심을 잡기 어려웠습니다.
로켓과 아래쪽 종이컵의 위치를 맞춘 뒤 한 손으로 눌렀다가 놓아야 했습니다. 로켓을 만드는 것에서 활동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완성한 로켓을 어떤 방법으로 날릴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하는 과정까지 이어졌습니다. 앞에서 사용한 로켓 놀잇감은 손으로 들고 움직여야 날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만든 종이컵 로켓은 고무줄을 연결하면서 손을 놓는 순간 스스로 위로 튀어 올랐습니다.
두 로켓은 생김새와 움직이는 방법이 달랐고 아이들은 각각의 로켓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경험했습니다. 우주로 날아가는 실제 로켓을 교실에서 그대로 경험할 수는 없지만 종이컵과 고무줄을 이용해 로켓이 위로 올라가는 움직임을 만들어 볼 수 있었습니다. 흔히 사용하는 종이컵이 로켓으로 바뀌고 아이들이 직접 만든 로켓이 공중으로 올라가면서 만들기와 놀이가 한 번에 이어졌습니다.
각자의 우주 그림을 이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했습니다
로켓을 움직이고 날려본 다음에는 아이들이 생각하는 우주를 그림으로 남겨보았습니다. 검은 종이를 한 장씩 나누어 가지고 각자가 우주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검은색 바탕 위에 여러 색을 사용하자 우주에 있는 별과 행성 그리고 로켓의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아이들의 그림에는 별과 행성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로켓을 타고 이동하는 모습과 우주선 그리고 우주인과 외계인도 등장했습니다.
커다란 별 주변에 작은 별을 이어 그린 그림이 있었고 여러 행성 사이를 지나가는 로켓을 표현한 그림도 있었습니다. 한 가지 우주를 함께 알아보았지만 종이 위에 나타난 장면은 아이마다 달랐습니다. 그림을 완성한 뒤에는 작품을 한 장씩 떨어뜨려 붙이지 않았습니다. 각각의 검은 종이를 옆으로 이어 교실 창문에 붙였습니다.
한 아이의 종이 끝에 친구의 그림이 이어지고 그다음 그림이 다시 연결되면서 여러 장의 작품이 하나의 커다란 우주처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각자의 그림은 서로 다른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검은 배경이 이어지자 장면 사이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습니다. 한쪽에는 커다란 태양과 로켓이 있었고 다른 쪽에는 별과 우주선 그리고 여러 모습의 행성이 자리했습니다.
개별 그림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전체를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자리 뽑기에서 자신에게 나왔던 행성도 따로 그려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카드를 뜯어 행성의 그림과 이름을 확인했고 이후에는 자신이 뽑은 행성을 직접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완성한 행성은 모양에 맞게 오린 뒤 아이들의 우주 그림 위와 주변에 붙여주었습니다. 그림 위에 별도로 만든 행성이 더해지자 평면으로 이어진 검은 우주 앞에 행성들이 놓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자리 뽑기에서 한 번 만났던 행성이 그림 활동에 다시 등장하면서 처음의 경험과 마지막 작품도 연결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그린 우주뿐 아니라 친구들이 표현한 여러 우주와 행성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행성 카드를 뜯으며 시작한 우주 놀이는 질문판과 블랙홀 영상을 지나 로켓 놀잇감으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종이컵 로켓을 직접 날려보고 각자가 생각한 우주와 자신이 뽑은 행성을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활동은 서로 달랐지만 앞에서 경험한 내용이 다음 놀이에서 다시 사용되었습니다. 교실 한쪽에 적어 둔 아홉 개의 질문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닙니다. 아직 알아볼 내용과 새롭게 생길 궁금증이 남아 있습니다. 아이들의 그림을 연결해 만든 우주 작품도 완성된 결과로만 두기보다 앞으로 이어질 우주 놀이의 배경으로 활용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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